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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슈

지하철 부역장의 기지…보이스피싱 피해 막았다

by thenofaceissue 2025. 4. 9.



서울 지하철 내방역에서 근무하는 한 부역장의 빠른 판단과 기지가 시민을 보이스피싱 범죄로부터 구해냈다. 최근 전국적으로 날로 지능화되고 있는 보이스피싱 수법 속에서, 이번 사례는 시민과 공공기관 종사자의 협력으로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던 대표적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사건은 지난 4월 3일 오후 6시 5분경, 서울지하철 7호선 내방역에서 발생했다. 당시 순회 점검 중이던 내방역 부역장 A씨는 고객안전실 앞에 있던 여성 한 명이 심각한 표정으로 통화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해당 여성은 인근 상가에서 일하는 종사자 B씨로, 겁에 질린 얼굴로 휴대전화를 꼭 쥐고 있었다. 평소와는 다른 긴장된 분위기를 직감한 A씨는 곧장 상황을 주의 깊게 살폈다.

A씨는 B씨의 통화에서 반복적으로 들리는 “우리 딸”, “납치”, “송금”이라는 단어에 주목했다. 이를 보이스피싱 범죄로 직감한 그는 재빠르게 대처에 나섰다. 직접적인 개입이 자칫 피해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한 A씨는, 말없이 눈빛과 손짓으로 B씨에게 자신이 도와줄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이어 작은 종이와 펜을 이용해 “보이스피싱 의심됩니다. 딸이 납치됐다고 하나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조용히 대답해주세요”라고 적은 쪽지를 건넸다.

처음에는 매우 혼란스러워하던 B씨도 A씨의 침착한 대응에 조금씩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보이스피싱범은 B씨에게 “딸을 납치했다. 경찰에 알리면 딸을 해칠 것”이라며 협박했고, 1,000만 원의 금전을 요구했다. B씨가 당장 그만한 돈이 없다고 하자 범인은 “잔고에 있는 돈이라도 모두 송금하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A씨는 쪽지를 통해 B씨의 남편 전화번호를 받아 빠르게 연락을 취했고, 남편을 통해 딸이 무사히 집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딸과 직접 통화까지 한 B씨는 비로소 상황의 진상을 파악하고 크게 안도했다. 이후 A씨는 곧바로 경찰에 상황을 알렸고, 경찰이 도착하기 전까지 B씨를 고객안전실로 안내해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왔다.

B씨는 사건이 모두 정리된 뒤 “통화 중에 딸의 목소리가 들렸고, 범인이 딸을 협박하는 듯한 소리도 났다. 그 순간 정말 딸이 납치당한 줄 알고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며 “지하철 직원분이 아니었다면 아마 큰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직원분의 빠른 판단과 침착한 대처에 정말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A씨와 같은 직원의 판단력과 시민 보호 의지가 범죄 예방에 큰 역할을 했다”며 “전 직원이 유사 상황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하고 있으며, 시민 여러분도 의심스러운 상황이 생기면 언제든 역무실로 도움을 요청해달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최근 급증하는 ‘가족 납치형 보이스피싱’ 수법의 일환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는 가족의 목소리를 인공지능 기술로 합성하거나, 과거 통화 녹음을 이용해 실제로 피해자의 가족인 것처럼 가장하는 방식이다. 실제 피해자의 딸 목소리를 들었다는 B씨의 증언은 이러한 신종 수법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얼마나 정교하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유형의 보이스피싱이 감정적 동요를 일으켜 이성적인 판단을 마비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가족을 인질로 협박하는 수법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한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보이스피싱범은 대부분 송금을 재촉하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며 “이럴 때일수록 당황하지 말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경찰과 즉시 연락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내방역 사건은 범죄 예방에 있어 공공기관 종사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 사례다. 단순한 승객 안내나 시설 관리에 그치지 않고,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역할까지 해낸 부역장 A씨의 기지와 책임감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귀감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