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소속 조종사들이 항공편 운항 후 체류 중인 해외 호텔에서 주먹다짐을 벌인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기장과 부기장이라는 비행 안전의 핵심 책임자 간의 충돌이라는 점에서 항공사 내부 기강 해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브리즈번 체류 중 벌어진 충돌
이번 사건은 2023년 12월,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해 호주 브리즈번으로 향한 대한항공 항공편 운항 이후 현지 체류 호텔에서 발생했다. 비행을 무사히 마친 뒤 호텔에 머물던 기장과 부기장은 저녁 시간에 술자리를 가지던 중 정치적인 주제에 대해 논쟁을 벌이다 감정이 격해졌고, 결국 물리적인 충돌로 이어졌다.
논쟁의 주제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견해 차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화는 처음엔 의견 교환 수준이었으나, 서로의 정치 성향에 대한 비난과 비방이 이어지며 격해졌고, 끝내 서로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사태로 번졌다.
기장 병원 이송, 부기장도 부상
현지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두 사람은 호텔 객실 복도에서 서로 언성을 높이며 다투었고, 그 과정에서 기장이 안면 부위를 크게 다쳤으며 부기장도 타박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부상 정도가 심했던 기장은 현지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으며, 사건 이후 바로 대한항공 본사에 관련 사실이 보고됐다.
해당 항공편의 복귀 일정에는 차질이 없었다. 대한항공 측은 즉각 대체 승무원을 파견해 운항에 지장이 없도록 조치했다. 하지만 주말을 포함해 현지 체류 일정 중 조종사 간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회사 내부적으로도 큰 충격을 준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대한항공의 대응과 면직 처분
사건이 본사에 보고된 후, 대한항공은 즉시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해당 조종사들의 행위가 명백히 사규 위반이며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킨 사안으로 판단돼,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대한항공은 2024년 4월 초 중앙상벌위원회를 개최하여 두 사람 모두에게 ‘면직’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기장과 부기장이라는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인물이 업무 외적인 사유로 다툼을 벌인 것은 중대한 직무 위반"이라며, "안전 운항에 대한 국민 신뢰를 실추시킨 점을 무겁게 받아들여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항공사 기강 해이 논란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 간의 갈등을 넘어 항공사 전반의 기강 해이 문제로도 번지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기장과 부기장은 비행 중은 물론 체류 중에도 상호 존중과 협업이 필수적인 파트너”라며, “이런 관계에서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는 건 항공 안전 문화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신호”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조종사들은 비행 전후 함께 숙박하며, 복귀 비행을 함께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 외 시간에도 원활한 관계 유지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처럼 개인적 정치 성향이나 감정 대립이 물리적 충돌로 이어질 경우, 이는 곧 항공 안전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내 교육·지침 강화 나선 대한항공
사건 이후 대한항공은 동일한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사내 지침과 조종사 행동강령을 재정비하고, 전 직원 대상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기장·부기장 등 운항 승무원에 대해서는 비행 외 시간의 품행에 대해서도 명확한 기준을 재확인하고, 내부 관리 체계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조종사 간 신뢰와 협업은 항공 안전의 핵심"이라며, "회사의 위신을 훼손하고 국민의 불안을 야기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체 승무원에 대한 윤리 의식 교육을 재정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내부 불화가 아닌, 전 세계 어디서든 안전이 최우선이어야 할 항공 업계에서의 심각한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한항공의 후속 조치가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항공사 전체 문화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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