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미의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인물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오스카르 아리아스 전 코스타리카 대통령이 최근 미국 정부로부터 비자 취소 통보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제적 논란이 일고 있다. 아리아스 전 대통령은 1987년 중미 평화협정의 주역으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인물이며, 코스타리카 민주주의의 상징적인 존재로도 꼽힌다.
비자 취소 사실은 2025년 3월 말, 아리아스 전 대통령 본인의 발표를 통해 외부에 알려졌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 국무부로부터 비자 취소 통보 이메일을 받았으며, 그 사유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조치에 대해 그는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미국이 더 이상 표현의 자유와 민주적 가치의 수호자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아리아스 전 대통령은 최근 미국의 외교 정책과 전직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 공개적인 비판을 해왔다. 그는 특히 트럼프의 정치 행보를 “로마 시대 황제의 그것과 다름없다”고 강하게 성토하며, 미국이 과거와 같은 국제적 도덕성과 지도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비자 취소 조치가 이러한 정치적 발언에 대한 ‘보복성 대응’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비자 취소는 아리아스 개인에 그치지 않고 있다. 최근 몇 달 간 코스타리카 정치권에서는 미국의 외교적 압력과 관련된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해왔다. 특히 미국은 코스타리카 정부에 대해 5G 네트워크 구축 사업에서 중국 통신기업 화웨이를 배제할 것을 강하게 요구해왔다. 이에 반대한 일부 코스타리카 의원들도 미국 비자가 취소되거나, 입국이 제한되는 사례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움직임은 중미 지역에서 미국의 외교적 영향력이 과거보다 훨씬 강압적인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아리아스 전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로 규정하며, 자신이 오랫동안 지켜온 가치와 신념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가 말한 것 중 어느 하나도 사실이 아닌 것이 없다”며, “우리는 다시금 자유와 정의, 평화의 원칙을 돌아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국제사회에서도 이번 사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국제 인권 단체들은 “정치적 발언을 이유로 한 비자 취소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라며 미국 정부의 조치에 비판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아리아스 전 대통령과 가까운 유럽 국가 정치인들도 미국 측에 해명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코스타리카 내 여론 또한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부 보수 진영에서는 아리아스 전 대통령의 발언이 외교적 마찰을 초래할 수 있다며 자제를 요구하는 반면, 진보 진영과 시민사회는 그를 옹호하며 “표현의 자유에 대한 탄압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SNS 상에서는 “#OscarNoEstáSolo(오스카르는 혼자가 아니다)” 해시태그가 확산되며, 그의 입장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전직 대통령의 비자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외교 정책, 표현의 자유, 국제적 영향력 행사 방식 등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아리아스 전 대통령은 여전히 국제 정치 무대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로 평가받는 만큼, 그의 비판이 어떤 방식으로든 미국과 중미 국가들의 외교 관계에 파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오스카르 아리아스는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진실을 말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의 이러한 입장은 앞으로의 중미 정세 및 미-중미 관계 속에서 중요한 상징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 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국, 한국산 제품에 25% 고율 관세 부과…수출업계 ‘비상’ (2) | 2025.04.05 |
---|---|
미국 연구팀, 체내에서 분해되는 ‘쌀알 크기’ 심장박동기 개발 (0) | 2025.04.03 |
국유은행에 105조 원 투입…중국의 경기 침체? (0) | 2025.04.01 |
미국, 중국 ‘최혜국 지위’ 박탈 추진…무역 질서 재편되나 (0) | 2025.03.31 |
미국 꿀벌 떼죽음, 무엇이 문제인가 (0) | 2025.03.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