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최근 우리 사회의 고령화 흐름에 따른 정년 연장 논의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고령층의 계속 근로 수요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년 연장이 청년층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며 보다 유연한 방식의 고령층 고용 확대 방안을 제안한 것이다.
한국은행은 ‘초고령사회와 고령층 계속근로 방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정년을 법적으로 연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년만 연장하고 임금체계는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은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청년층 일자리 창출을 저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의 법정 정년이 60세로 연장된 이후, 5559세 임금근로자는 약 8만 명 증가한 반면, 2327세 청년 임금근로자는 약 11만 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령 근로자 1명이 늘어날 때 청년 근로자 최대 1.5명이 줄어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데이터가 단순한 우연이 아닌, 실제 노동시장에서의 세대 간 일자리 경쟁이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러한 고령층 고용 증가와 청년층 고용 감소의 연관성은 노조가 있는 대기업에서 더욱 두드러졌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년 보장을 강하게 요구하는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노조와 달리,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청년층은 상대적으로 일자리 확보 경쟁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은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법정 정년을 연장하는 대신, 일정 연령 이후 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예컨대, 정년 도달 시 기존 직무에서 퇴직시키되, 이후 동일하거나 유사한 직무로 재고용을 하며 임금은 약 40% 삭감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은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 부담을 줄이면서도 숙련된 고령 인력을 계속 활용할 수 있고, 고령 근로자 입장에서는 일정한 수입을 유지하며 사회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방식이 법정 정년을 일괄적으로 연장하는 것보다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특히 유연한 재고용 시스템이 정착되면 기업은 고령 인력의 업무 성과에 따라 근무 지속 여부를 탄력적으로 판단할 수 있으며, 청년층에게도 보다 많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은행은 임금체계 개편의 필요성도 함께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연공서열 중심 임금체계는 고령 근로자의 임금을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시키는 구조이기 때문에, 단순히 정년만 연장할 경우 기업 부담이 가중되고 신규 채용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임금과 직무 성과를 연계하는 ‘직무급제’로의 전환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노동계와 일부 정치권에서는 법정 정년을 65세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노후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고령층의 계속 근로 기회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재계는 물론, 한국은행과 같은 경제 정책 기관들은 정년 연장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결국,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한국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고령층의 노동 참여를 확대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제도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단순한 정년 연장이 아니라, 임금체계 개편, 유연한 재고용 제도 도입, 직무 중심의 인사 시스템 구축 등이 통합적으로 논의되어야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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